LG "30년 배터리 기술 지킨다" 對 SK "명예훼손·손배 맞소송"
SK, 고객·구성원·사업가치·산업생태계·국익 위한 조치
LG, 76명 인재·기술자산 유출…法 절차 통해 명확히 대응
손병문 기자 (moon@ebn.co.kr)
2019-06-10 14:44:56
LG와 SK가 전략사업인 배터리(2차전지)를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LG화학이 지난 4월 미국에서 제기한 '배터리 사업 영업비밀 유출 소송'에 대응해 SK이노베이션은 10일 국내 법원에 '명예회손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 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고객·구성원·사업가치·산업생태계·국익 등 5가지 보호가 시급하다"면서 "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계속 경고한 근거 없는 발목잡기가 계속돼 법적 조치 등 강경 대응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지난 4월 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및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배터리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유·무형의 손해와 향후 발생할 사업차질 피해가 막대하다"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소송을 국내 법원에 제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채무부존재 확인)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본 소송을 제기하면서 우선 10억원을 청구하고, 향후 진행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후 손해배상을 추가 청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를 두고 경쟁사에서 맞소송을 제기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소송의 본질은 30년간 쌓아온 핵심기술 등 마땅히 지켜야 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LG화학은 "두 차례나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을 보내 자사 핵심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도를 넘은 인력 빼가기(76명)를 지속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법적 대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주장하는 '산업생태계·국익 훼손 및 근거없는 발목잡기'에 대해 "오히려 산업생태계 발전을 저해하고 국익에 반하는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저지른 경쟁사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LG화학은 "이미 ITC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본안 심리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개시를 결정한 사안"이라며 "경쟁사에서 근거없는 발목잡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LG화학은 "세계시장에서 정당하게 경쟁하고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진정 산업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국익을 위한 길"이라며 "소모적 논쟁과 감정적 대립으로 맞서기보다 법적 절차를 통해 명확히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분리막 소송 합의 이후 치열한 배터리 업계 경쟁 반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2차전지(배터리) 영업비밀 유출' 분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해외 및 국내에서 멈출 수 없는 소송전이 시작됐다. LG그룹과 SK그룹 간 미래 전략사업에 대한 양보할 수 없는 샅바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2년간 전지사업본부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구매·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SK이노베이션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빼갔다고 보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지난 4월 30일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SK배터리 아메리카) 소재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셀·팩·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관련 소송은 처음이 아니다. 두 회사은 지난 2011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분리막 제조기술 관련 특허소송'을 진행하다 2014년 11월 소송 종결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양사는 "각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세라믹 코팅 분리막 특허 관련 모든 소송과 분쟁을 종결한다"면서 "국내외에서 분쟁 중인 세라믹 코팅 분리막 특허와 관련한 특허침해금지나 손해배상 청구 또는 특허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향후 10년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툼 취지와 양상이 '분리막 소송' 때와는 좀 다르다. 핵심 인력 유출에 따른 영업기밀 노출에 따라 글로벌 사업에서 차질이 발생한다는게 LG측 입장이다. 반면 SK는 경력직이 자율적 의사에 따라 이직했다는 주장이다.

국내 배터리업계 전문가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진흙탕 싸움을 하기 싫겠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불안감과 해외 고객사들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걱정, 향후 추가 수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서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의 경우 LG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LG의 미국 내 소송으로 인해 자칫 미국 배터리 공장 생산차질 가능성까지 우려될 것"이라며 "과거 분리막 기술분쟁도 3년을 끌었는데 이번에는 더 심각한 상황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 배터리 업계에서 유일하게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thium-ion Battery Separator·LiBS) 기술과 생산능력의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경쟁사 인력을 빼와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일체의 근거도 없으며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LG화학은 "2차전지 사업은 3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후발업체가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손쉽게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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